2019. 10. 22. 00:48ㆍ사진, Photography/사진 이야기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나와 함께 했던 캐논 5D mark 2. 사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리우는 별명은 '오두막'
주욱 필름 카메라만을 사용해왔고, 디지털 카메라는 워낙 비싼 가격 때문에 크롭바디 정도에서나 머물렀던 내게
엄청난 지출의 아픔(?)을 선사했던 녀석이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의 환상을 맛보게 해 주기도 했고, 왜 현업에 있는 사람들이 캐논! 캐논! 했는지 알게 해 주었던, 그리고 필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 주었던 카메라이다.
오두막을 사용하던 당시에, 소니의 NEX5 미러리스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었다. 소니에서 출시되자 마자 구입한 것인데,
당시에는 미러리스가 앞으로는 대세겠다! 라는 생각에 구입했던 것이었다.
결론적으로는 당시 내 추측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고, 오막포로 기변한 지금에도 소니의 A7을 동시에 운용하고 있으니, 당시 NEX5의 선택은 정확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당시의 미러리스는 렌즈의 선택 범위도 좁았던 데다가, 지금 소니가 센서로 날리고 있는 것과는 당시, 당시에는 센서 성능이 아주 좋지 못해 오두막만큼의 결과물을 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크롭바디 알파 미러리스 시리즈는 좀 애매하긴 마찬가지이지만.. 이건 또 다른 측면이기도 하니까)
여튼 꽤 오랜 시간 정들었던 이 녀석을 이제는 가장 친한 동생에게 떠나 보내게 되었다.
계획 가운데 기변을 할 계획은 있었고, 그것이 오막포이냐 아니면 A7R 시리즈를 들여서 아예 소니 단독 기종으로 운용하느냐에 대한 고민을 좀 했는데, 어쩌다 보니, 생각한 것보다 조금 빨리 오막포로 기변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A7을 처분하고 최소한 A7 m2로 바꾸려던 계획은 일단 보류.....
(바꾸려던 가장 큰 이유는 바디 손떨방 때문에..)
생각해 보면 이 카메라는 참 괜찮은 카메라이다. 지금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고, 아직도 영세한 곳에서는 현업으로 사용하는 카메라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결과물이 밀리는 것도 아니고, 캐논 5D 시리즈를 지금의 위상으로 올려 놓게 했던 JPG 결과물의 품질 역시 오두막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성공에 도취해서인지, 지금 캐논은 사골 센서 라는 오명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부자는 망해도 삼대가 간다 던가.
이 공식이 지금 여기에 적용되고 있는 건지는 5D mark 5가 나오느냐, 나온다면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확실히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오막포가 현업 모델이 된 지금에도 아직까지 그 힘은 건재한 것 같긴 하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5D 시리즈가 현행 최고의 바디이냐 하면 그건 당연히 아니다. 단순히 성능 지표만을 놓고 보자면, 현재는 A7과 A9 시리즈를 따라올 카메라가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니콘 풀프레임 바디에도 밀린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많은 유저들이 니콘으로 이탈한 상태.
게다가 사진을 업으로 하는게 아니면 6D 시리즈도 좀 포기하고 쓰면 편해. 라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지금은 풀프레임의 왕좌 라고 하기에는 조금 애먼한 감이 있는 것 역시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D 시리즈는 이상하게 사진 애호가들을 이끄는 맛이 있다. 비유가 적절하진 않을 수 있지만, 마치 5만원짜리 호텔 육개장보다 집근처의 5천원짜리 일반 육개장집 육개장에 미원을 아주 살짝 탄 게 더 맘에 드는 느낌?
(사골 센서를 미친듯이 우려내서 극한의 성능을 내고 있으니 적절할지도.....)
여튼 그렇게 나는 다시 또 5D의 세상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오두막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볼까?
장점이라면,
무엇보다 역시 5D 라는 점이다.
많은 환경에서 나도 RAW촬영을 하지만, 그게 상황상 불가능 할 때가 있다. 교회에서 행사 촬영을 했는데, 사진을 빨리 주길 원한다던지, 아니면 딱히 보정할 시간이 부족하다던지. 보통은 급하거나, 메모리카드의 용량이 보조 카드까지 사용하고도 마침 부족할 때.
이럴 때 그냥 노출 잘 맞추고 JPG로만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도 결과물을 받아보는 사람들 입장에서 불만의 소리가 나오지 않게 만드는 게 바로 5D가 가진 장점이다.
게다가, 첫 라이브 뷰 동영상 녹화를 지원하는 카메라라는 점. 지금에야 4K 촬영이 꽤 많이 일반인 영역으로 들어왔고, 많이들 사용하지만, 당시에 풀 HD 포맷의 영상을. 그것도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가 장착된 카메라에서 가능하다는 게 매우 놀랍고 센세이셔널한 것이었다.
사진의 분야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영상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서부터였는데. 당시에는 영상과 사진은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는 분위기였고, 또 아마추어나 일반인용을 제외한, 실제 업무용 분야에서의 영상 카메라들은 독보적인 것이었다. 게다가 영상 영역은 이미지센서의 크기가 사진과는 달리 작았고, 35mm 사이즈 (풀프레임)로 가깝게 갈 수록 그 품질과 가격은 천차 만별이어서, 웬만큼 제대로 된 스튜디오 녹화 시스템을 꾸미거나, 또는 영화와 같은 촬영을 하기 위한 장비를 구축하려면 억단위는 우습게 나간다는 분야였다.
때문에, 단순 바디 가격 400만원선의 장비로 35mm 풀프레임 센서와 렌즈 조합을 이용한 자유자재의 심도 표현과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선예도 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심지어 당시 영상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거나 '얼마 못가서 사라질거다' 라는 마치... 필름 시대에 등장한 디지털 카메라를 보는 것 같은 일도 일어났었다. 사실 나도 같은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오두막으로 인해 그 공식이 깨졌다. 정확하게는 반반 이라고 해야겠지만, 그건 구조의 특성상, 라이브에 사용하기 어려운 특징으로, 생중계나 스튜디오 생중계 녹화 등의 상황에서는 그 빈도가 높지는 않지만, 녹화 영상, 또는 광고나 독립영화 등의 분야에서는 오두막이 모든 것을 대체해 버리게 되고 말았다. 지금은 RED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ARRI에서도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고 있는데다, 소니 카메라의 약진이 두드러져 5D 시리즈를 사용하기보다는 이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한 첫 카메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한다.
물론, 라이브뷰 촬영 상태에서 오토 포커스가 지원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 때문에 5D 렌즈용 팬 포커스와 전동줌 장비가 날개돋힌 듯이 개발되고 판매되는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아예 영상용 렌즈의 특징인 기어가 달린 포커스나 줌 링으로 만들어 나오는 렌즈도 지금은 꽤 많이 볼 수 있다. 당연히 지금은 라이브 뷰 촬영 상태에서 오토포커스가 자연스럽게 지원된다.
(심지어 오막포는 센서면에서 듀얼픽셀 위상차 초점 조절 기능이 지원되어, 뷰파인더로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이게 더 정확하다. 으악 DSLR 사라지고 다 미러리스 되면 어떻게 해!! 내 감성!!)
그리고 지금의 바디들과는 비교 불가이지만, 그래도 상용 감도 1600. 약간 포기하고 조금만 더 올릴 때 2500까지는 무난하다는 점에서 지금까지도 준프로용 장비로 사용하기에 손색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끝나지 않는 배터리의 수명도 큰 장점이다. 몇천장을 찍으면서도 배터리가 바닥나 문제가 된 적이 없다. 지금까지....
(오막포는 의외로 하나로 버티기엔 부족하다. 기능이 점점 더 많이 추가되어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추가 배터리를 사기엔 예산이 딸려서 ... ㅠㅠㅠ)
그렇다면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단점은 무엇보다도 일명 캐논의 '구라핀' 을 들어야 한다. 1D 시리즈와 다르게, 캐논은 제품의 라인마다 그 성능 차별을 두드러지게 두는데, 그 중 하나가 자동초점 성능이라는건, 웬만한 사진가들 사이에서는 다 알려진 이야기다.
심지어 렌즈를 사면 무조건 핀교정을 센터에 맡겨야 한다는 둥, 5D와 그 후속 바디인 오두막에서 이 초점 문제는 꽤나 스트레스 거리였다.
그래도 오두막부터는 '초점 미세 교정' 기능이 생겨서 바디 전체의 초점 영역을 조절하거나, 또는 렌즈별로 조정할 수 있게 되었지만,
줌렌즈의 경우, 와이드와 텔레 영역을 별도로 설정할 수 없어 세밀한 조정이 불가능했다는 약점이 있다.
물론, 오두막이 나오던 그 당시에는 나름 획기적인 것이긴 했다. 그래도 핀교정을 보내는건 진리로 인식되었지만..
(아마 이 때부터 Z팩토리가 대성황을 누리게 된거 아니었던가..)
그래서 나도 반셔터를 여러번 누르는 버릇이 생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거 나만 가진 버릇이 아니더라는 것..
그래도 풀프레임이라는 점, 여기에서 오는 뷰파인더의 시원함과 크기 덕분에, 어느정도의 초점 실패 정도는 잡아낼 수 있어서, 그럭저럭 큰 불편 없이 사용할수는 있었다.
두 번째 단점은 이건 사용자에 따라 불만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점인데. 측거점의 수가 너무 적고, 너무 가운데로 모여있다는 점이다.
이건 꽤 단점인데. 포커싱 센서를 1D와 같이 사용한게 아니라서, 풀프레임용 센서를 쓴게 아니라 크롭바디용 센서를 사용한 것이라. 당연히 초점 측정 영역이 가운데에 몰려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1D용 측거 센서를 이용해서 영역도 넓어지고, 측거점 수도 많아졌고, 영역 초점 기능 등 다양해졌지만,
그 때에는 좌측이나 우측의 황금분할 비율 자리에 피사체를 놓고 사진을 찍으려면 좌우측 가장 끝 측거점을 선택해도 원하는 프레임에 피사체를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반셔터로 측거점에 피사체를 놓고 AFL을 한 후 카메라의 구도를 움직여서 사진을 찍곤 했는데, 이게 중앙 측거점을 쓰느냐 외곽 측거점을 쓰느냐, 그리고 렌즈 조리개를 얼마나 개방했냐에 따라 초점의 사인 오차가 생겨 정확한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그래서 사인 오차가 발생하느냐, 발생하지 않느냐,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당시 사진가들 사이에서 꽤나 화젯거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경우에는 최대한 측면 측거점을 활용하고, 아예 상황이 여의치 않다 싶을 때에는 사진을 트리밍하겠다는 생각으로 넓게 촬영하기도 했다. 전체 화소를 다 활용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게 뭐 방법이지....
여튼, 여러 장점과 또 그만큼 유저를 힘들게 하는 단점이 있는 바디이지만, 그 시기를 거쳐서일까. 그럭저럭 나만의 방법이 만들어지고, 또 이전보다 더 카메라를 이해하게 해 준 소중한 바디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중고로 구입하기에도 꽤나 손색없는 가격대라, 사진에 입문한다면, 렌즈값이 좀 비싸서 그렇지, 충분히 첫 장비로 들여도 좋은 카메라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인천공항에서 오두막으로.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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