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7. 15:49ㆍ비행, Flight/비행이론
결론부터 말하면 파워온랜딩 (Power-on landing) 을 하게 되면 착륙하기가 더 쉽다. 하드랜딩도 생기지 않고,
정말 구름 위에 사뿐히 내리는 것처럼 내릴 수 있다. 파워온랜딩을 해서 하드랜딩을 했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얼마 전 한 방송사의 뉴스를 통해 공개된 사건이 하나 있다.
관심이 있고 아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사건이겠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단순히 항공사와 비행기 기장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갑질을 한 것으로 비춰지는 사건일텐데.
일단 나는 이 사건이 일어난 회사와 관련이 없고, 해당자들과의 직접적 연결도 없기 때문에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사건이 뉴스를 통해 알려졌을 때, 이 뉴스를 듣는 사람이 조종사였다면 한 가지 가지게 될 당연한 물음이 있었다.
"왜 파워 온 랜딩을 했는데 2.6G를 찍을 만큼의 하드랜딩을 한거지?"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던 건 해당 뉴스에서 사건을 고발한 사람이 '매뉴얼에 없는 파워온랜딩을 주문해서 그게 맞냐고 확인까지 했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나는데. 파워온랜딩이 매뉴얼에 없나..?
그 회사의 A320매뉴얼을 보지는 못했지만, B737 기준으로 확실히 랜딩할 때 활주로에 닿을 때까지 파워를 유지하라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까 A320도 동일하긴 할 것이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기준이지 규정이 아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파워 온이냐 파워 오프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간단하게 착륙 과정을 이야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위의 사진은 처음 조종사가 되기 위해 비행 훈련 과정에 입과하면 보게 되는 조종사 기초 서적에 포함되어 있는 사진인데. 기본적으로 모든 비행기들의 착륙 방법은 여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보통 737이나 320 같은 비행기들은 약간의 높이 차이가 있지만 이런 식으로 운용한다.
활주로 상단 threshold 마킹에 도달하면 보통 50피트 높이에 오게 되고, 보통 30에서 20피트 쯤부터 항공기의 기수를 살짝 들어올리고
그 상태에서 엔진 스로틀을 줄여 파워를 빼준다. 이 때 기수를 살짝 들어올리는 이유는 비행기의 하강률을 낮춰 최대한 부드럽게 활주로에 내려앉기 위함이다.
기수를 들어 하강률을 낮춰 사뿐하게 내리는 건 사실 승객 때문이 아니라 항공기의 구조를 보호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 기본적으로 하늘에서부터 최대 분당 1000피트 (약 300미터) 의 속도로 땅으로 하강한다. 이걸 초속으로 바꾸면 초당 약 5m의 속도이다.
때문에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하강률을 줄여주는 조작을 하지 않게 되면 737 기준 79톤에 달하는 거대한 비행기가 그대로 땅에 내리꽂히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고, 당연히 비행기는 그 자리에서 파괴되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때문에 누구나 착륙 단계의 마지막에서는 기수를 들어 항공기가 사뿐히 땅에 내려앉을 수 있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파워의 조절은 조종사의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비행 이론과 약간의 실전 경험을 이용해 조절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측풍이 너무 심하면 조종사가 접근 속도를 조금 더 올리기도 하고, 활주로 길이가 충분하다면 활주로에 바퀴가 다 닿을 때까지 파워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살짝만 줄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일종의 소프트랜딩 방법과 비슷한데, 이 방법은 항공기가 공중에서 조금 더 조종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심지어 초기 훈련 과정에서 마침 그날따라 진도가 좋아 시간이 좀 남으면 교관 기장님들이 이것 저것 지나간 이야기를 해 주시면서 다양한 연습을 시켜 주시기도 한다. 그 중 하나가 파워온랜딩이다.
747을 몰았던 기장님들이 'VIP'를 태울 땐 더 조심해야 해서 일부러 파워온랜딩을 하기도 했어, 자 한번 연습해볼까? 라며 파워온랜딩을 시켜 보시는 경우가 있기도 한 것.
때문에 매뉴얼에는 없을 지언정, 정상적인 착륙 기법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세스나 시절을 지나온 조종사들이라면 다들 동의하겠지만, 파워온랜딩을 하면 랜딩이 정말 쉽다. 당연하다 속도가 그만큼 남아 있고, 항공기를 공중에서 좀 더 조작하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문제는 파워온랜딩이 아니란 거다. 파워온랜딩이 하드랜딩을 하게 만든다? 그럴 수도 없으며, 서로간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그럼 뭐가 문제일까?
하드랜딩을 했다는 건 착륙 시 하강률이 매우 높았거나, 착륙 중 기수를 들어올리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자는 기수를 너무 빨리 들었거나 항공기의 파워를 너무 일찍 또는 너무 빨리 줄여서 항공기에 적절한 양력이 제공되지 않아 급격하게 땅으로 떨어져 일어나는 것이고, 후자는 항공기의 하강률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활주로에 '갖다 박았다' 라는 이야기가 된다.
일단 당시 기장이 파워온랜딩을 해보라고 지시했고, 그렇다면 기수를 너무 빨리 들어올렸다는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남아있고 속도가 남아있기 때문에 기수를 무리하게 들면 항공기는 오히려 상승하거나 활주로 위에서 둥둥 떠오르는 벌루닝 (ballooning)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럼 결론은 무엇일까. 항공기가 지면에 가까워지는데도 기수를 전혀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야 2.6G의 하드랜딩 값이 설명이 된다.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해당 부기장은 항공기가 지면에 가까워지는데도 절대 기수를 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때문에 기장이 재빨리 항공기 조작을 맡아 기수를 올렸고, 그나마 기수를 올려 하강률을 줄였다는게 2.6G라는 거다.
2.6G라는건 항공기가 땅에 내려앉을 때, 항공기에 항공기 무게의 2.6배가 걸렸다는 이야기인데. 80톤짜리 비행기라고 가정하면 항공기가 무려 208톤의 무게로 땅에 내려앉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비행기에 타고 있는 승객들에게도 위험하고, 비행기의 구조물이 이 정도 강성을 버티지 못 하고 휘어버릴 수도 있다. 항공기가 부서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의문은 더 있다. 만일 기장이 정말 매뉴얼에 없는 착륙 조작을 지시했고, 이것이 회사의 규정에 위반되는 행위이거나, 비행 안전을 해치는 행위라면 최종 접근 단계에서 부기장이 고어라운드 (복행) 를 했어야 한다. 물론 고어라운드라는 결정은 때로는 조종사에게 좀 골치아픈 결정이긴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 조종사는 무조건 상황이 아니다 싶을 때에는 고어라운드를 해야 한다.
갑질 논란이라는건 어느 회사, 어느 직종, 어느 직위를 막론하고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때문에 난 해당 사건에 대해서 뭐라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없고, 그런 언급을 해서도 안된다.
그러나 같은 조종사로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과연 파워 온 랜딩을 하면 하드랜딩을 하게 되고, 위험한 조작이 되는 것일까?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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