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활? 외활? Slip? Skid? 헷갈리지 않기

2019. 10. 22. 21:02비행, Flight/비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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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과정의 초반 보스,

 

슬립 스키드 이해하기.

 

슬립 스키드 (slipping turn, skidding turn) 을 설명하는 이미지. PHAK

자, 위의 그림을 먼저 보고 시작하자.

위의 그림은, Pilot's handbook of aeronautical knowledge (줄여서 PHAK, 피핵) 의 비행 이론 부분에서 만나게 되는 그림으로, 프로펠러 항공기의 회전 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이 들어있는 내용이다.

 

비행기는 땅 위에서 앞뒤, 좌우로만 달리는 자동차와 달리, 공중에서 앞뒤, 좌우, 그리고 위 아래로 움직이는 3축의 운동을 하는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자동차와 다르게 단순히 직진과 좌회전, 우회전을 하더라도 상, 하 움직임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심지어 프로펠러가 항공기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다 보니, 여기에서 비롯되는 힘의 작용들에 의해 항공기가 단순히 생각하는 것처럼 직진을 한다거나, 회전을 하지 못 한다.

 

그런데!! 여기에 공기의 움직임과 중력과 원심력까지 생각하지 않으면 더 안 된다!! 이 무슨 낭패란 말이오!!

 

파일럿의 부푼 꿈을 안고, 조종사의 길로 막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시점. 비행복의 원단 냄새가 사라지기도 전에, 한 줄짜리 견장의 빳빳함이 사라지기도 전에, 기쁘게 라이트형제님들께 감사함을 외치며 PHAK과 PPM (젭슨에서 출판된 PPL 교과서) 을 펼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모든 조종 훈련생이 위와 같이 외치며 한번씩은 빠지는 거대한 구렁텅이가 있다.

 

그것은 바로 비행 이론, 그 중에서도 바로 이 녀석. slip and skid 가 되시겠다.

 

설명을 들어도 들어도 어렵다고?

 

사실, 이 한마디면 충분하다.

 

STEP ON THE BALL!

 

간단하다. 볼이 튄 곳의 발을 밟아!

 

slip and skid indicator (이 계기의 전체 정식 이름은 turn coordinator)

 

위의 그림을 보자. 위 그림은 피핵에서도 볼 수 있고.. 갑자기 기억이 헷갈린다. 이거... AFH (aeronautical flying handbook) 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흔히 PM이라고 하는 서적에서도 볼 수 있다.

 

위의 그림은 turn coordinator 계기의 그림으로서, 자세한 설명은 우선 생략하고, 하단의 2 MIN 이 적혀 있는 부분의 L,R 계기를 보기 바란다. 이 녀석의 이름은 slip and skid indicator 이다. 오. 좀전까지 슬립 스키드 때문에 머리가 아팠는데, 그게 요기잉네?

 

자, 단순히 저 볼이 튀어 있는 쪽의 러더를 발로 밟으면 모든 것이 만사 오케이다. 볼이 정 중간에 와서 딱 센터에 걸릴 만큼만 러더를 밟는 거다. 볼이 반대로 튀면 반대쪽 러더를 조금 더 밟으면 되는 거다. 그리고 비행 시간이 한 100시간쯤 되면? 알아서 몸이 밟고 있는다.

(진짜다! 아무 생각 없이 비행 훈련 받다가 100시간이 넘은 뒤에 내 말을 잘 생각해 보면, 크로스첵을 조금 띄엄 띄엄 해도 볼센터가 계속 유지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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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해 주면 비행기는 알아서 우리가 생각하는 아주 이상적인 곡선을 그리며 회전하게 된다. 아, 비행기에 타고 있는 조종사나, 백싯을 하고 있는 또는 좀 더 큰 비행기라면 거기에 탑승하고 있는 다른 승객들의 승차감(?) 도 매우 편안해진다. 고도는 어떠냐고? 아 일단 여기선 그건 좀 접어 두자. 회전만 생각합시다.

 

아, 근데 이러면 어떤 경우가 슬립인지, 어떤 경우가 스키드인지 알 수가 없지.

다시 turn coordinator를 보자. 항공기의 날개가 보이지? 이것을 miniature 항공기라고 하고, 이 미니어쳐가 기울어지는 방향이 항공기의 회전 방향을 나타낸다. turn coordinator가 좋은 점은 저 미니어처 항공기의 날개의 움직임이, 뱅크의 정도, 그러니까 회전의 정도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다시 그림을 보자. 왼쪽 두 개의 계기는 항공기가 모두 좌선회를 하고 있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볼의 위치는 왼쪽 오른쪽으로 서로 다르다.

 

항공기의 선회 방향을 중심으로, 볼이 선회 방향으로 가 있으면 slip, 볼이 선회 바깥 방향으로 가 있으면 skid 이다.

 

그렇다면 slip 과 skid는 무슨 기준으로, 그리고 왜 이름붙은 것일까?

 

먼저, 아주 간단하게 슬립과 스키드 턴을 먼저 설명하자면, 항공기에는 여러가지 힘이 존재하는데, 회전을 할 경우, 항공기의 선회방향 안쪽과 바깥쪽으로 양력의 수평 성분과 원심력의 힘이 걸리게 된다. 

 

자, 다시.

선회방향 안쪽으로는 항공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항공기를 공중에 띄우는 힘은 무엇? 양력이다. 그리고 항공기가 선회할 때에는 날개에 걸리는 양력이 선회 방향으로 조금 비뚤어지게 되는데, 이것을 좀 있어보이게 표현하면, 수평 성분과 수직 성분의 '합력' 으로 인해서 양력의 방향이 하늘을 향한 수직 방향이 아닌, 조금 경사진 모양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합벡터' 라고 한다.

 

파란색 Lift의 방향이 실제로 경사진 형태. 이것이 합벡터

위의 그림을 다시 보자. 실제로 항공기를 기준으로 상방의 수직 양력과 측방의 수평 양력이 보인다. 그리고 이 합이 전체 양력이 된다.

 

따라서 양력의 수평 성분 (이것을 양력의 '수평 분력' 이라고 표현한다. 한자어라 쉽게 풀어보면 수평으로 분리한 힘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의 힘만큼 항공기가 선회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아쉽게도, 다양한 조건에 의해 이 반대 방향의 힘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을 원심력이라고 한다. 항공기가 선회 반대 방향으로 빠져 나가려고 하는 힘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조금 더 쉽게 생각하고 싶다면 관성을 생각하자. 이 역시 항공기에 걸리는 하방의 전체 합력의 수평 분력이다.

 

자 이제 이쯤 왔다면 첫 번째 산은 넘었다.

 

슬립과 스키드는 왜 생기지? 라는 의문을 일단 풀어낸 것이다. 

 

슬립과 스키드는 수평 양력 성분과 원심력의 차이에 의해 발생한다.

 

슬립 (slip) 은 수평 양력 성분이 원심력보다 큰 것. (수평 양력 > 원심력)

스키드 (skid) 는 수평 양력 성분이 원심력보다 작은 것. (수평 양력 < 원심력)

 

위와 같이 슬립은 수평 양력이 더 큰 것, 스키드는 원심력이 더 큰 것을 의미한다.

 

자 그럼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때 항공기는 어떤 움직임을 보이게 되는 것일까? 다음의 그림을 보자.

 

slip, skid 상태일 때 항공기의 진행 특성

한참 위에서 슬립 스키드 계기의 볼이 정 중앙에 오면 이상적인 선회가 된다고 했으니, 슬립과 스키드 상태만 보자.

슬립 턴은 항공기의 노즈가 회전 반경의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스키드 턴은 항공기의 노즈가 회전 방향의 안쪽을 바라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각각의 상태가 계속 지속된다면 어떻게 되는걸까?

 

단순하다.

 

슬립 턴은 항공기가 이상적 회전 반경의 바깥으로 점점 이탈한다. (under banking 현상)

스키드 턴은 항공기가 이상적 회전 반경의 안쪽으로 점점 들어온다. (over banking 현상)

 

뭔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 전륜 후륜의 차이에서 오는 오버스티어, 언더스티어 같은 느낌의 차이인 것이다. 물론 그 원리는 다르지만.

 

자 다시 비행이론으로 돌아와서,

여기까지만 오면 슬립과 스키드의 이해는 모두 끝난다. 원리의 설명도 끝이고, 나타나는 현상도 끝난다. 슬립은 점점 회전 반경이 커지는 거고, 스키드는 회전 반경이 줄어드는 거다. 슬립이 언더스티어라면 스키드는 오버스티어인거다.

 

그.런.데,

 

모든 비행 훈련생들이 여기에서 한번 큰 멘붕을 맛보고야 만다.

그건, 바로 이 turn coordinator의 지시 특성이, 생각하는 슬립 스키드와 반대로 지시하기 때문이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다시 위의 그림을 보자.

 

slipping turn은 노즈가 회전반경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skidding turn은 노즈가 회전반경 안쪽을 바라보고 있다. 뭔가 미끄러지는건 맞는데, 우리는 영어를 좀 하다 보니, skid에서 뭔가 인지 부조화를 느끼게 된다. skid인데... 항공기가 자꾸 안으로 들어가?

 

진짜, 진짜로 skid 라는 단어 때문에 99%가 멘붕을 겪는다. 실제로 정말 경험한 것이다.

 

게다가, 표현이 어렵기 때문에 다들 멘붕을 겪는다.

 

어느 교재는 slip이 선회반경 밖으로 나간다고 설명하고, 어느 교재는 slip이 꼬리가 선회반경 안쪽으로 향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키드는 그 반대로 설명한다. 그러니까, 조종 훈련생들에게는 꼬리가 어디로 향하는게 왜 과경사경향 또는 그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것인지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이 인지 부조화를 해결하고, 슬립 스키드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자.

 

다시 그림을 보자.

 

양력의 수평 성분과 원심력이 "어디에" 작용하는가를 알면 끝.

다시 처음의 그림으로 돌아왔다.

 

항공기가 회전 시, 항공기의 측면에 걸리는 '양력의 수평 성분' 과 '원심력' 이 어디에 작용하는지를 알면, 이 모든 인지 부조화는 해결된다.

 

자, 잘 생각해 보자.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관성력" 을 꺼낼 것이다.

 

단순히 항공기의 측방에 걸리는 힘이라, 양력의 수평분력과 원심력이 항공기 측면 그 자체에 걸린다고 생각하겠지만, 항공기는 어쨌거나 공기 중에서 나아가는 중에 있고, 그 때문에 어떻게든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 이 존재한다.

 

때문에, 항공기가 측면으로 선회할 때, 항공기 동체 전체에 동일한 힘이 작용하더라도, 항공기 동체가 반응하는 형태는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생각하면서 항공기의 W&B와 무게 중심까지 설명할까 하다가, 그냥 단도 직입적으로 설명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거기까지 가면 이거 너무 심하잖아... 답답해서 검색해 봤을 거고, 이 글을 클릭했을텐데 말이지. 그런데, 무게중심과 W&B까지 같이 이해한다면, 내가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다. anyway.

 

프로펠러 항공기의 측면에서 무게의 배분은 어떻게 될까? 바로 답부터 적는다. 당연히 노즈가 엔진이 있어 무겁고, 후방으로 갈 수록 가벼워진다. 그리고 무게 중심은 보통 엔진 뒤 격벽 (fire wall)에서 캐빈 사이 어디인가에 위치한다. 따라서 지렛대의 원리로, 무게중심에서 노즈까지의 거리가 짧고, 무게중심에서 꼬리날개까지의 거리가 길다. 때문에, 같은 힘이 작용했을 때, 이동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꼬리다!

 

그러므로, slip 턴 상태에서는 그림에 의해, 양력의 수평 성분이 더 크므로, 꼬리가 회전 반경의 안쪽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 안쪽으로 미끄러지네?

 

반대로, skid 턴 상태에서는 원심력이 더 크니까, 꼬리가 바깥으로 딸려온다. 노즈는 진행 방향도 있고, 관성도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이게 덜한 꼬리 부분으로 모든 작용이 걸리는 것인 거다.

 

그러고 보니, 꼬리가.. skid...어? 바깥으로 나가네?

 

그래서! 이제 결론으로 간다.

 

slip and skid indicator는 꼬리의 틀어진 방향을 지시하게 된다. 그러니까, 계기 안의 ball 이 꼬리가 받는 힘을 그대로 받는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꼬리의 틀어진 방향에 따라 항공기가 선회반경 안쪽을 향하는지, 바깥을 향하는지가 결정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글로는 외활 선회, 내활 선회 라는 참 어려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slip skid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면 여기에서 조종사로 살아가는 평생 동안 머리가 아파지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자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지 않은가? 외활. 外 니까. 꼬리가 바깥. 그럼 skid 인 것이고, 내활. 內 니까 꼬리가 안쪽. 그럼 slip 인 것이다.

 

이 글을 읽게 될 모든 초보 조종 훈련생들이 여기에서 slip과 skid에 대한 걱정을 내려 놓기를 바란다.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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