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27. 14:18ㆍ형식없는 다양한 이야기
오늘은 그냥 아무 의도 없고, 아무 생각 없는 돈까스클럽에 얽힌 기억을 남겨보려고 한다.
딱히 돈까스클럽을 음해하려는 의도는 아닌데, 나에게 있어 돈까스클럽은 상당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고, 여전히 그 기억이 회복되고 있지는 못하다. 지금은 그럭저럭 어쩌다 한 번은 가지만 말이다.
어쨌든,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인터넷을 하다 보면 가끔 볼 수 있는 돈까스클럽의 성공비결이라는 글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기존 글을 가져다가 재탕하는 사람들 덕분에 이 글을 다시 또 보곤 하는데, 돈까스클럽이 성공한 비결이라며 몇 가지 이유를 적어놓은 글이다. 대충 아래 캡처본의 내용이 바로 그 글의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돈까스클럽에 관한 생각은 둘째치고, 일단 돈까스클럽은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진 몰라도, 처음 내가 돈까스클럽이라는걸 인지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10년 넘게 유지되고 있으니까 일단 성공한 프랜차이즈는 맞다고 보인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어떤진 몰라도 어쨌거나 돈까스클럽 가게들이 크게 망하거나 하지 않고 웬만하면 잘 붙어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돈까스클럽이 성공한 비결이라고 알려져 있는 글의 내용 몇 가지를 보면, 수긍할 만한 것들이 몇 가지 보인다. 이게 실제로 돈까스클럽 프랜차이즈 본사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비슷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
무엇보다 중심 지역에 매장이 거의 없다. 최근엔 이것도 다른 말이 되었지만, 어쨌건 서울과 경기도를 이잡듯 뒤지고 다닌 내 경험상으로도 돈까스클럽 매장은 중심가보다는 "망하고 싶어서 환장한게 아니면 왜 여기에 돈까스 가게를 차렸지?" 싶을 만한 자리에 있는 경우가 많다.
뭐 난 전문가가 아니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혜안을 100% 이해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예를 들어 구리, 성남지역의 돈까스클럽 가게 위치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심지어 이 위치는 '영업을 하긴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위치이다. 위치상 가게가 너무 낡아 보이게 하는건 덤.
그러다보니 가게가 전반적으로 큰 건 맞다. 그리고 주차공간도 웬만하면 이런 매장들은 넓다. 그런데... 맛이 있나?
개인적으로 돈까스클럽이 맛이 있어서 가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글이 올라올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이야기를 댓글로 남긴다. 돈까스클럽이 맛이 있어서 가는 곳이었다면 지금보다 더 흥했겠지..
돈까스클럽의 특징은 왜 이름이 돈까스클럽일까 싶을 만큼 정신없이 많은 메뉴다. 그래서 그냥 뭘 정하기도 애매하고, 서로간에 먹고싶은게 충돌할 때 서로 빡치지 않고 이정도에서 그냥 적당히 합의하자 라는 생각으로 가기 좋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은 더더욱 그렇다. 수시로 돌변하는 아이들 특성상 그냥 대충 가서 먹고싶은거 알아서 고르라고 하기 딱 좋고, 이것저것 국적과 재료에 상관없이 막 시켜놓고 먹을 수 있으니 좋다. 그래서 가족단위로 가기에는 그냥 어쩔 수 없이 편한 곳.
그렇다고 가격이 싼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몇년 전 까지는 그럭저럭 이정도면 괜찮아 보였는데, 이곳도 요새는 가격이 좀 많이 올랐다. 특히 인기가 있을만한 메뉴는 더 맛있는 곳에 비해 차이가 있나 싶은 정도.
주차공간도 넓은가? 최근엔 도심지에 매장을 차리는 곳들이 좀 있어서 이 경우엔 주차공간이 넓다는 공식에서도 벗어난다.
그리고, 돈까스클럽은 여전히 그런데 이상하게 매장에 들어온 고객을 잘 처리하지 못한다. 이건 내가 10년도 더 전에 겪은 일이다.
돈까스클럽이란게 어디서 생겨난건지, 뭐하는 가게인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시절, 신촌 현대백화점 사거리 한쪽 구석 지하1층에 돈까스클럽 가게가 있었다. 아 여기가 아니라 좀더 신촌 굴다리 방향이었던가.
어쨌든, 당시 학교가 끝나면 이것 저것 먹으러 다니던 시절인데 돈까스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많고 해서 신촌의 돈까스집이란 돈까스집은 다 돌아보던 시절, 유일하게 안 가본 곳이 바로 이 돈까스클럽이었다. 사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잘 눈에 띄지도 않을 이른바 '목이 좀 좋지 않은' 위치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이번엔 처음으로 이 곳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함께 돈까스클럽을 들어가봤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너무나 조용한 매장. 뭔가 다른 곳과 다른 느낌. 한쪽 테이블에 사람들이 몇 앉아있었기에 '장사는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주인이 자리를 안내하길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을 서 있어도 가게 주인이나 가게 직원이 나타나질 않았다.
한참을 서 있으니,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순간 느껴지기 시작하는 어색함과 '잘못 들어왔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 '와서는 안 될 곳을 왔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여전히 직원이든 사장이든 뭐든 나타나지 않았고, 그렇게 그 가게를 돌아 나와 다시는 돈까스클럽이라는 곳을 쳐다도 보지 않게 됐다.
오죽했으면 이름 때문에 '회원제 가게' 인줄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까지 없어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진심으로 다행스럽게 생각하는데 이런 곳은 수 많은 가게가 있는 신촌 바닥에서 망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금방 문을 닫았다.
그 이후 돈까스클럽을 다시 가게 된 건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그것도 재난지원금을 쓰긴 해야겠는데 쓸데가 없어서 간 것이었다. 여전히 가게에 들어서면 주인이든 직원이든 아무도 안 맞아 주고 고객들의 시선을 느껴야 하나 라는 트라우마와 함께 가게에 들어갔는데. 정말 또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래도 한 30초... 정도 안에는 직원이 나타났다는 점?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어느 지점이던 가보면 딱히 직원이 다른 돈까스가게에 비해 친절함이 느껴지거나 빠릿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이 프랜차이즈의 목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성공한 프랜차이즈이지만, 캡처본의 저 돈까스클럽 성공비결 이라는 글은 왠지 고객이 쓴 것 같은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특히 맛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돈까스클럽이 맛있는 사람이라면 어디가서 뭘 먹어도 그 사람 입에는 맛있을테니.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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