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우루과이전 첫 경기, 벤투의 빌드업이 뭔지 느꼈다

2022. 11. 25. 15:09형식없는 다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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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들어가면서 관심이 소홀해 진 것도 있고, 먹고사는게 더 중요하다 보니, 예전에는 그래도 중요한 축구 경기는 꼭 챙겨봤는데,

올해 카타르 월드컵은 아 카타르? 겨울에 한댔지 언제더라? 아 지금? 이런 수준으로 관심을 놓고 있었다.

 

여기에 벤투 감독에 대한 팬들의 혹평 역시 한몫 했다. 파울로 벤투는 2002년 월드컵 때 죽어라 들었던 이름인데,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온다고 할 땐 오.. 했지만, 그 후 도저히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던 것 같은 느낌.

 

 

코로나 이후로 생계 때문에 정신없이 살다보니 벤투 체제의 국대 팀이 어떤지도 잘 몰랐지만,

더더욱 A매치 한 경기 한 경기 지날때마다 답답해 하다 못해 벤투를 짤라야 한다고까지 말하는 팬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아 벤투가 잘 못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되었고, 사우디가 아르헨티나를, 일본이 독일을 꺾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대한민국 차례.

나는 그 어느 영국 기자의 예언처럼 비기기만 해도 잘한거지 라고 생각했고,

 

 

적지 않은 축구팬들은 벤투가 이번에 완전히 망신을 당할 거라며 우리나라의 패를 예상했다.

그리고 그들이 예상하는 패인은 '빌드업' 이었다.

 

빌드업이 뭔진 모르겠지만 대충 감이 왔다. 그러니까 압박을 통해 수비에 집중한 뒤 공간을 찾아서 딱 딱 연결하는 기존 공격 형태가 아니라 하나씩 만들어 올라가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어제 우루과이전을 볼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사실 우루과이가 강팀이니까 그닥 기대를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어쩌다 결국 TV를 켰는데, 한 5분 정도 보다 보니 뭔가 다르다는게 느껴졌다.

어? 왠지 우루과이 애들이 밀어부치질 못 하는 것 같은데? 하고 말이다. 결국 흥미진진한데? 라는 생각에 경기가 끝날때까지 다 보고야 말았다.

 

 

어제 대한민국 대 우루과이 첫 경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우리나라가 이런 경기를 한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공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수비 라인에서 아주 여유롭게 상대 팀의 움직임을 흩뜨리기 위해 공을 돌리고, 흩뜨려진다 싶으면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공을 밀어 나가는 게 분명 내가 늘상 보던 대한민국 대표팀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은 투지로 밀어붙여야 한다던 히딩크 감독 시절의 강한 압박인데, 때문에 당시의 경기를 보면 상대팀에게 공을 빼앗겼을 경우, 어디에서 어떻게든 누군가 나타나 2인이 한 조가 되어 볼을 소유한 선수를 압박하는 패턴이 익숙했다.

 

그래서도 이후의 월드컵 경기에서는 이러한 적극적인 압박이 나타나지 않으면 '선수들이 배가 불렀네' 이런 표현도 하곤 했던 것.

 

그런데 어제의 경기는 절대 그렇지 않았다. 그 어디에서도 공을 빼앗기면 갑자기 한명이 더 나타나 2인 압박을 하는 패턴이 전혀 없었다. 우리의 눈엔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수비 패턴인데, 그래도 되었다.

 

어제 정말 깜놀했던 순간

 

위험한 순간이 두번정도 있긴 했어도 충분히 빠른 시간 안에 제 자리로 돌아가 다시 라인을 만들었고, 그렇게 조직을 갖춰 놓으니까 강한 체력으로 남들보다 두배 더 달리는 패턴의 경기를 하지 않아도 우루과이를 충분히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거다.

 

그래서 느꼈다. 아 이게 벤투가 말하는 빌드업인 거구나.

 

간만에 재미있었다. 다음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꽤 볼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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