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off for the first time,

2019. 10. 19. 10:30비행, Flight/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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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최초의 이륙.

 

시간이 나는대로, 이전의 비행의 기록이라던지, 앞으로도 비행하면서 조금씩 일지처럼 소회를 남기려고 한다.

(사실 이전에도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할 때 같은 생각이었지만..... 귀차니즘... 은 아닌데 그게 잘......)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이유는, 나의 비행 기록을 남기려 함인 것도 있지만,

까짓것, 그냥 전용 수첩을 만들어 기록해도 될 일인데,

 

그치만, 나의 비행 일지가, 어쩌다 내 블로그를 찾아 이것을 보게 될 이름모를 누군가에게 꿈과 열정을 심어줄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그랬듯.

 

이 이야기는 언젠가 다시 한 번 정리하기로 하고, 간단하게 비행 훈련생 시절 첫 비행의 기록을 써 보려고 한다.

 

한 편으로 마무리될지, 나중에 또 다시 새로운 글로 주제가 추가될 지는 모르겠다. 그저 오늘은 첫 이륙과 첫 비행에 관한 짧은 소회.

 

이건 첫 비행은 아니고, 두번째 비행이었을 거다. 교관님 (이젠 형님)의 허락 하에 내륙 접근 중에 찍었다

 

막연히 조종사의 꿈을 갖던 시절부터 나는 Flight simulator를 틈틈이 즐기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조종사의 꿈을 갖기로 하기 이전까지는 지금과는 다르게 프로시져도 모르고, 항공기의 퍼포먼스 제한치라던가 하는 것도 몰랐기 때문에, 그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가장 처음 항공기를 로드해 주는 대로만 뭔지도 모르고 이륙할 때에는 노플랩 이륙을 해 버리고,

착륙할 때에는 플랩당 스피드 리밋조차 모른 채 무작정 기어와 플랩을 내려버리고 접근하곤 했다.

 

그래도 기어는 어찌 조작할 줄은 알아가지고... ㅋㅋㅋㅋ

(물론... 지금처럼 positive - gear up! 의 순서 따윈 몰랐을 때라 속도 제한이고 뭐고 없.... 기어로 감속이 가능하다는 것에 문화충격을 받을 때니까...)

 

나중에서야 비행 훈련을 시작하고 알게 된 것인데, 플랩 및 기어의 작동 가능한 속도 제한치는 칵핏에서 눈에 잘 들어오는 곳 중의 한 부분에 플래카드로 붙여져 있다는 점! 그땐 그걸 몰랐지..... 알았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여튼 그래서인지, 단순히 속도와 파워 세팅을 제외하고는 4basic 이라 불리우는 상승 하강 레벨 턴 이 네 가지 동작은 첫 비행에서도 딱히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실 비행은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문제였지만..!

 

비행 훈련생이 되어 지상 교육을 마치고, 이어 실비행 훈련에 들어가게 된 후 가장 처음 받게 되는 교육은 시뮬레이터 레슨이다.

 

이전까지는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기에 무작정 비행이란걸 즐기기만 했다면, 이제부터는 "절차" 라는 것이 생겨 하나 하나의 절차를 배우고, 또 외워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특히나 아무것도 모를 때, 칵핏 타임을 해 주던 선배 차수의 능숙한(?) 모습에 멘붕과, 그 복잡함에 놀라움을 겪었던 터라,

(칵핏 타임 - 선배 훈련생들이 후배 훈련생들에게 운항중이지 않은 항공기 내 또는 시뮬레이터 등에서 비행에 필요한 절차 조작법 등을 가르쳐 주는 것)

실제 비행 훈련 레슨 날짜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두려움이 커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두려움에 벌벌 떨어가던 나를 바라보던 기숙사 룸메 (선배 훈련생 중 한명) 는 "걱정하지마, 다 안 외워도 초반엔 교관이 다 가르쳐 주는거야" 라며 날 안심시켰다. 그게 부메랑이 될 줄은 몰랐지..... 그게 교관에 따라 다르다는 걸..! ㅋㅋㅋㅋㅋ

 

그렇게 첫 시뮬레이터 레슨을 받게 되었고, 가장 처음 교관에게 들은 한 마디는 "준비 안해왔어요?" 였다.

 

으아니.. 뭘 어떻게 준비해요....ㅠㅠㅠ 게다가 졸업을 앞둔 선배 차수가 그냥 레슨 들어가라고 했는데... 어쩌라는 ㅠㅠㅠ

 

그렇게 교관님께 쿠사리를 먹고, 하나 하나 순서를 배워갔다. 이 때는 이렇게 이 때는 이렇게..

 

그렇게 레슨 하나가 끝나고 나니, 우리 교관은 기초부터 하나하나 알려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미리 혼자 만들어 온 것을 보고 수정해 주는 타입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니.. 모든 교관이 다 그런가? 잘 모르겠다. 내가 가르쳐 줄 때는 어떻게 했지.... anyway.

 

그래서 그 때부터 가장 친한 동기와 컴퓨터에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켜놓고 절차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고 싶었고,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행을 잘 한다는 말을 꼭 듣고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드디어 첫 비행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찌어찌 시동도 걸고 (교관이 걸어줬...) 택싱도 구불구불 해 가면서, 교관이 옆에서 시범으로 보여주는 ATC를 들으며 '난 언제 저렇게 되나..' 하는 다양한 생각과 함께 드디어 활주로 앞에 도착했다.

 

뭘 했는지도 모르겠고, 어버버 하면서 magneto check 까지 했다. 교관님이 요크 더 당겨! 더!! 하는 외침에 정신이 아득해지며 말이다.

 

"runway00 line up and wait!"

 

드디어 라인업 지시를 받고 활주로에 들어섰다. 그냥 생각엔 자동차처럼 그냥 들어가면 되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실제와는 다름에 또 열심히 진땀을 흘리며 활주로 중앙에 멈춰 섰다.

 

"wind000 at 00, cleared for take off!"

 

이륙 허가가 떨어졌다.

 

첫 비행이니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당연히.. 당연히 교관님이 스로틀을 넣고 출발하겠지 하고 살짝 마음을 놨는데,

 

"자 이제 이륙해봐요. 스로틀 넣고!" 라는 우리의 교관님.

 

엉??? 저 오늘 처음 활주로 들어섰는데요? 라는 생각과 함께 일단 하라니까 요크 강하게 붙잡고 에라 모르겠다 스로틀 full advance!

 

오... 오.... 오.....! 하는 마음의 감탄사와 함께 항공기의 속도가 붙고,

 

"55 rotate! 자 당겨요 이제!"

 

라는 지시에 따라 요크를 조금씩 당기기 시작했다.

 

"더! 더!"

 

조금씩 떠오르더니, 드디어 이륙.....!

 

"400! speed 75! 앞에 피치 보고. 그렇지 이 피치에요. 속도 더 안 올라가게 당기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는 땅과 멀어져갔다.

 

1,000 피트.

 

"00 tower, request right turn to southbound"

"right turn approved"

"left, forward, right clear. area clear. roll in!"

 

그렇게 공역으로 방향을 잡고 계속 땅과 멀어져갔다.

 

관제권도 지나고, 관제 이양까지 끝난 후, 교관님이 나에게 묻는다.

 

"플심 했다고 했죠?"

"네"

"음 잘하네"

 

긴장이 되어 뭐가 뭔지도 모르던 중에 귓속으로 들리던 그 한마디.

 

그렇게 나의 비행은 시작되었다.

 

 

00형님! (첫 PPL교관) 감사해요.. 형 덕분에 진짜 훈련 잘 마쳤습니다 ㅎㅎ

 

그 형님은 내 마음을 알려나..? ㅎㅎㅎ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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