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조종실의 좌측과 우측석 이야기 (1)

2019. 10. 24. 01:17비행, Flight/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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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조종사들이 한번쯤 겪게 되는 나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블로그는 어느 글은 경어체였다가, 어느 글은 평어체였다가. 대중이 없군요.

뭔가 많은 분들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을 때 경어체를 쓰게 되는 듯 합니다.

 

(뭐. 이걸로 출판할거도 아니고, 개인 블로근데..)

 

글마다 자꾸 바뀌는 어투 변화에 너그러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갑자기 어제 머릿속에 떠오른 일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고, 또 당연한 과정이기에 스스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항공기의 조종실 모습입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대부분의 항공기 조종실은 기장석과 부기장석으로 알려져 있는 좌측석, 우측석이 있습니다.

그에 맞게 조종간도 왼쪽 조종간과 오른쪽 조종간이 있습니다.

기장님이 왼쪽에서, 부기장님이 오른쪽에서 항공기 조종을 담당하죠.

 

좌석이 좌측 우측으로 나뉘어 있는데, 엔진의 출력을 조정하는 부분은 항공기의 가운데쯤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의 항공기 조종은 손의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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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석에서는 요크 (자동차로 치면 핸들) 를 왼손으로 왼쪽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엔진의 출력을 조절하는 스로틀을 잡습니다.

 

반대로 부기장석에서는 요크를 오른손을 이용해서 요크의 오른쪽을 잡고, 왼손으로는 스로틀을 잡게 됩니다.

 

1인용 경비행기에서는 종종 스로틀이 왼쪽에 있는 경우도 있어서, 파지법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만,

 

주로 2명으로 이루어지는 우리가 흔히 아는 항공기들의 기본 구조는 위의 설명과 같습니다. 그래서 요크에 위치한 트림 및 마이크 스위치도 좌측석은 좌측 부분에, 우측석은 우측 부분에 달려 있습니다.

 

엄지 손가락과 검지 손가락을 그 위치에 파지하고 사용하라는 것이죠.

 

보통 이렇게 생겼습니다

 

항공기의 기본적인 조종 방법은 좌측석이나 우측석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만, 손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게 한번씩 웃지 못할 일이 생기곤 합니다. 특히 비행 훈련생 시절에는 이게 꽤 난이도가 높은 일이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항공기를 조종하는 데에는 정해진 조작법이 있지만, 여기에 더해 사람의 '감각' 을 조금 활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속도를 200노트에서 210노트로 증속시키고 싶으면, 스로틀을 조금 조작해서 파워를 얼마나 증가시킬지 생각하고 증가시켜야 하는데, 정해진 출력 수치에 맞추는 방법이 있고, 속도계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수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어느정도 숙달이 되면 알아서 몸이 손을 얼마만큼 움직이면 이정도 맞춰지더라 하는 것도 생기게 됩니다.

 

심지어 비행 훈련생 시절에 접하게 되는 프로펠러 비행기는 아예 이론서에 "손의 감각과 프로펠러의 소음을 활용할 수 있다" 라고도 되어 있습니다. 이게 훈련생 시절에는 진짜 사람 환장하게 만듭니다.

 

옆에 탄 교관님은 "자 봐 살짝만 퉁겨봐, 자 50rpm이 올라갔지? 근데, 이거 엔진 계기를 볼 필요가 없어 소리로만 듣는거야. 자 그리고 이게 손가락의 이정도 길이만큼이야. 생각하지 않고 소리로만 들어도 돼" 라고 이야기하는데, 훈련생은 도저히 그게 감이 안 오거든요. 하하하. 그게 한 70시간? 80시간쯤 타니까 알아서 되는 것 같더라구요. 250시간이 넘으면 에이 이정도는 이만큼이지 생각조차 하지 않아도 알아서 손이 스로틀을 툭 쳤다 툭 당겼다 합니다.

 

 

비행 훈련에 보통 사용되는 세스나 172 G1000 버전 칵핏. 이건 시뮬레이터입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한 자리에서 비행하는 순간이 지속되지는 않습니다.

 

비행 훈련을 시작하면 비행 훈련을 좌측 자리에 앉아서 훈련을 받게 됩니다. 항공기를 조작할 수 있는 면허는 기본적으로 PIC (pilot in command, 기장의 역할)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면허가 발급되기 때문에, 여기에 맞는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여객기로 분류되는 항공기는 제한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분류되지만, 그를 제외한 항공기는 항공기 기종에 따라서 좌석이 좌측, 우측 두 개가 있다 할 지라도 1인 단독으로 비행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비행 면허는 1인 단독으로 비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왼쪽 자리에서 훈련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위의 세스나 172 칵핏 화면에서 볼 수 있듯 대부분의 계기판이 왼쪽으로 몰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비행 교관이 되고자 하는 교관 훈련생에게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되지요. 교관은 우측석에 앉아야 하기 때문에 우측 자리에서 훈련을 받아야 하거든요.

 

또, 비행 교관이 되지 않더라도, 항공사 입사를 하게 되면 모든 훈련이 우측석을 기준으로 진행되게 됩니다. 당연하게도 부기장 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죠.

 

이 때는 더 큰 산이 기다립니다. 항공기 기종이 아에 바뀌었거든요. 조작해야 할 조작계의 형태마저 다릅니다.

 

이러다보니 사소한 것 하나마저도 되게 걱정이 되고 손에 익지 않아서 겁을 많이 먹습니다. 단순히 세스나 스로틀만 해도 오른손으로 조작하던걸 왼손으로 조작하려면 손의 힘 조절이 헷갈리거든요. 실제로도 많이들 겪습니다. 살짝 움직이려던게 푹 누르거나 한다던지.

 

근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처음에 기장석은 왼손으로 좌측 요크의 좌측을, 부기장석은 오른손으로 우측 요크의 우측을 잡는다고 했죠?

 

이게 무의식적으로 초반에는 우측석에 앉았는데 왼손으로 요크를 잡으려고 하기도 합니다. 무의식중에 왼손으로 잡았다가 아차. 하는거죠.

 

반대로 우측석에 앉다가 좌측석에 오랜만에 앉으면 또 생경합니다. 오른손으로 요크를 잡으려는 나를 발견하죠. ㅋㅋㅋㅋ

 

물론 아주 일시적인 것이라 금방 행동이 수정되고, 적응됩니다만, 순간적으로 홀로 느끼는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데가 없습니다. ㅋㅋㅋ

 

종종 비행 훈련을 시작하고 싶은 후배들이나, 전형을 준비하는 후배, 지인들이 시뮬레이터 연습을 도와달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시뮬레이터 연습장에 가서 시뮬레이터에 앉아보면 평소 앉던 자리의 반대쪽에 앉게 되는데, 간간이 "이만큼 피치를 들면 돼" , "이만큼 뱅크를 주면 돼" 라고 이야기하면서 보여주려다가 무의식적으로 반대 손으로 요크를 파지하기도 합니다.

 

아.. 나름 도와준다고 간 자리면 좀 멋져 보여야 하는데 ㅋㅋㅋㅋ 별 거 아니지만 스스로 부끄러워지는 거죠.

 

이제 막 비행 훈련을 시작하셨나요? 아니면 좌측석에서 우측석으로 곧 자리를 바꾸시나요?

 

곧 한번 느낄 때가 올 겁니다 ㅎㅎㅎ

 

재미있으셨나요? 나만 재밌나 하하하하.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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