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항공이라 그래, 대한항공 타면 안 이랬잖아..?

2022. 11. 22. 11:11비행, Flight/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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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에서이던지 가끔 캐빈에 타보면 자리에 앉자마자 유난히 불만을 쏟아내는 승객들이 있다.

예를 들면 제목과 같은 것이다. '저가항공이라 이래' 라고 시작하는 것.

 

저가항공이라서 좁다는 이야기는 뭐 다반사고 비행기 크기가 작다는 둥, 차라리 돈을 좀 더 줘도 대한항공을 타야 비행기가 크다는 둥.

심지어 저가항공인데 비상구석 무섭잖아. 이런 이야기도 들어봤다.

 

대한항공을 타면 안 그렇다고....? 과연?

 

솔직히 그 순간에 드는 생각은 좀 속상하거나 화도 나고 짜증도 난다. 나도 인간이다 보니 자리에 앉자마자부터 불평 불만을 쏟아놓는 승객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가끔 캐빈에 타는 내가 그런데 캐빈 승무원들은 얼마나 속을 끓일까 싶을 때가 많다.

 

그런데 또 비행기라는걸 타 본 경험이 적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그런 선입견이 생기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넘기곤 한다. 뭐 그것도 맞는 이야기일 테니까.

 

특히 푸쉬백을 시작하면서 시동을 걸 때 캐빈에서 배기가스 냄새가 유입되면 호들갑을 떠는 승객들이 있다.

그냥 기름 냄새가 나요 라고 이야기 하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비행기 멈춰야 하는거 아니냐는 둥, 이거 사고나는거 아니냐는 둥.

 

대한항공이었다면 기름냄새가 안 났을 거라는 둥, 저가항공이라 좌석도 이렇게 얇다는 둥......

 

 

실제로 얼마전에도 겪은 일이다. 그런데 캐빈 승무원들은 왜 배기가스 냄새가 나는지 모른다는 것이 또 문제.

그냥 그분들에겐 그게 일상이니까 '괜찮습니다' 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일 뿐.

 

시동을 걸 때 배기가스 냄새 또는 기름 냄새가 나는 이유는 객실로 공기를 유입시키는 인테이크를 엔진 속의 블리드에서 뽑아 내기 때문이다. 787과 같은 최신 기종들은 다른 설계로 되어 있지만, 적어도 737, 320은 물론 777이나 747도 객실 공기를 엔진 속 블리드에서 뽑는다.

 

그래서 시동을 걸 때 APU에서 엔진 모터링을 하기 위해 블리드를 집어넣고 시동을 거는 과정에서 배기가스 냄새가 유입될 수 있고, 그 절차로 737의 경우 팩을 꺼서 캐빈으로 배기가스 냄새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320의 경우, 잘은 모르지만 320을 모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면 오토로 진행되기 때문에 팩을 끄고 켜는 과정이 자동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조종사들이 캐빈 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시키고 싶어서 최선을 다 해도 배기가스 냄새가 단 0.1이라도 유입되지 않을 순 없다는 것이다. 물론 팩을 끄고 한참 기다렸다가 이그니션을 올리면 되겠지만, 제 시간에 출발하려면 그럴 여유가 많지는 않다.

 

비행기의 엔진은 정말 많은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건 대한항공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 비행기의 구조가 그러니까.

 

그래서 가끔은 너무 심할 때에는 원래 시동을 걸 때 배기가스가 잠깐 들어와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라고 이야기 해보기도 하지만, 과연 그 승객들의 의구심이 풀리긴 했을까?

 

집에 돌아가서 '안 죽고 살아와서 다행이지 저가항공 기름냄새도 나고 너무 안좋더라' 라며 한참 자신의 잘못된 경험을 쏟아놓겠지. 가끔은 저비용 항공사의 일원으로써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한다.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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