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세부 활주로 오버런 사고, 선 넘은 유튜버들.. 그러면 안된다

2022. 11. 7. 10:38비행, Flight/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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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에서 필리핀 세부공항으로 향하던 대한항공의 KE631편에서 안타깝지만 다행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워낙 날씨가 변화무쌍한 세부에 착륙을 시도하는 도중 활주로를 넘어 활주로 바깥의 완충구역으로 만들어진 잔디밭에 박히는 사고가 난 것이다.

 

 

당시 나도 이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해 듣고 있었고, 여러 루트를 통해 사고 당시의 사진도 실시간으로 받아보고 있었다. 특히 세부공항에서 이러한 사고가 났다는 점에서 두 가지 크게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먼저 항공기에 탑승했던 모든 승객들과 운항승무원들 그리고 객실승무원들 모두가 무사한지가 가장 큰 걱정이었고, 그 다음에는 세부공항의 지리적 특성상 자칫 너무 오버런을 해 버리면 민가까지 충돌했을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으면서 승객, 운승, 객승 모두들 무사했다는 점에 안도했고, 사진을 보면서 공항 경계를 넘지 않았다는 것에 다시 한 번 안도했다.

 

세부공항 주변은 막탄 섬 내에서 메인 도로와 민가들이 주변에 밀집해있다

 

그렇다면 이제 당연히 사람으로서 '어쩌다 사고가 났지?'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한데, 내가 잘 아는 기종은 아니라 하더라도 나 역시도 운승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요한건, '왜 사고가 났을까?' 에 대해서는 함부로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먼저 항공기에서 사고, 그러니까 항공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을 때 진행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다. 아마 이쪽 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당연히 잘 알 것이다.

 

사고가 나게 될 경우, 관계된 국가의 관계 부서가 총 출동한다. 이 경우에는 필리핀 영토 내에서 일어난 사고이고, 우리나라 국적의 대한항공편에서 일어난 사고이며 항공기는 유럽 (프랑스) 의 에어버스 A330 기종에서 일어났다.

 

때문에 이 사고의 조사와 처리 과정에서는 필리핀의 항공청과 우리나라의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그리고 에어버스가 사고 처리에 참여하게 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최대한 공정한 사고 원인 분석과 처리를 위함이며, 이 과정에서 서로의 책임 여하를 확실히 나누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렇게 관계되는 모든 기관이 사고 조사를 완료하게 되면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는 항공사고조사보고서를 동시에 발간한다. 그리고 이 자료는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사고 이후 누구나 열람이 가능하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어디에서건 항공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절대로 항공기 사고에 대해 함부로 말을 꺼내지 않는다. 아무리 원인이 무엇일까 현직의 입장에서 사고 원인을 예상해 볼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현재 그 상황에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쉽사리 잘못된 발언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가장 가까운 동료들과 같은 사람들과는 '뭐 이런건가?' 라며 이야기를 나누긴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것이 설령 조종사 과실이라 하여도 말이다.

 

그런데 이 사고 이후 몇몇 유튜버들이 대한항공 KE631편 세부 사고 원인을 재현해 봤다면서 영상을 올리는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그 중 일부는 사고 원인을 대한항공 조종사들로 몰아가는 일도 있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점은 해당 유튜버는 실제 요크를 단 한번도 잡아본 적 없는 이른바 '방구석 조종사' 라는 점이다. 그 사람이 아무리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비행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할지라도, 실제 공중에서 다운드래프트를 맞아 본 적이 있을까?

 

윈드시어 경보를 맞아본 적이 있을까? 공항으로 접근중인데 갑자기 끼어드는 헬기에 깜짝 놀라본 적이라도 있을까?

 

플심으로 비행하는 건 정말 쉽다. 실제 비행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 현실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수 많은 운항승무원들이 그 유튜버에게 항의를 했더니 하는 말이 이렇다 '이 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이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이용해 시험해 봤다, 그리고 대한항공 KE631편 이전의 항공기들은 정상 착륙했다' 라고 말이다.

 

말은 쉽다. 나도 내가 모르는 분야를 두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하는 행동 같은 것 말이다.

'아 이 자식아 거기서 이렇게 해서 이렇게 한 다음 패스를 해서 넘겨야지!' 와 같은 것.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이슈를 하나 잡아서 조회수를 늘리고 자신의 수익을 늘리자고 쉽사리 자신이 전혀 모르는 상황에 대해 성급히 결론을 내리고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해선 안된다. 모든 것은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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