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터 제주까지 전국 공항이 휘청.. 강풍이 심했던 날의 공항 기상 이야기

2023. 4. 13. 15:42비행, Flight/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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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이맘때쯤 되면 전국에 강풍이 몰아닥친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해를 거듭할수록 바람이 점점 더 거세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 때문일까? 실제로도 그동안 비행을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기록적인 풍속이 찍히는걸 보고 있기도 한 상황.

강풍이 불어닥치면 여러가지로 문제가 생긴다. 며칠 전 우리나라 전역에 강풍이 몰아닥쳤던 그날,

강릉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대형 화재가 일어나기도 했다.

 

바람이 자꾸만 거세어지면 하늘에서도 난리가 난다. 원래도 이맘때면 제주공항에 윈드시어 경보가 수시로 나타날 때인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이날의 전국 공항에 불어닥친 강풍의 기록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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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천공항

 

인천공항에도 강풍과 윈드시어가 있을까? 정답은 있다. 이다.

인천공항이 개항하던 시기부터 비행을 한 선배 기장님들은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비행하던 동안에는

비록 인천공항에서 강풍경보나 윈드시어 경보가 나타났다 하더라도 대체로 활주로 방향에 얼추 일관적인 형태로 바람이 불어왔었던 것 같은데, 작년과 올해는 사정이 좀 다르다.

 

 

위 사진은 조종사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항공기상청의 공항 기상 실황 화면이다.

바람의 방향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어도 그림만 보면 딱 감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일단 '측풍'이다.

측풍이 불어오고 있는데 풍속을 보면 33L 방향은 무려 26노트, 대량 시속 47km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방위상 측풍 성분이 무려 22노트... 대부분의 항공기들이 측풍 15노트 정도를 한계치로 잡고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엄청난 바람인 셈..

16R 쪽이 바람이 덜하지 않아요? 라고 물어보실 수 있지만.. 이렇게 풍속 차이가 크다는 건 윈드시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단 거다.

 

역시 기상 특정보에 급변풍 (윈드시어) 과 강풍이 동시에 찍혀 있다.

이날 실제로 인천공항에서 고어라운드를 한 항공기들이 여럿 있었다.

 

2. 김포공항

 

김포공항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보통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은 그래도 안개나 폭우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안정적인 편인데..

지난해 그 보기 힘든 김포공항의 고어라운드까지 목격한 이후.. 올해도 대단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기상 특정보에 강풍과 윈드시어 경보가 나란히 나타나 있는 상황.

김포공항의 차이점이라면 인천공항은 윈드시어가 '예상 (FCST)' 상태라면, 김포공항은 진짜 real 이다.

A330 항공기가 접근하면서 윈드시어를 겪었다고 제보 (파이렙) 했기 때문이다.

 

풍속 최대 25노트는 그냥 애교다.

 

3. 제주공항

 

보통 봄철 기상과 강풍, 윈드시어 이야기를 하려면 제주공항을 탑 티어로 치긴 하는데,

원래 조종사들 사이에서 탑 티어는 양양공항이다. 그런데 양양공항이 인기도 없고 인지도도 없는 공항이라는게...

 

그래서 제주공항을 먼저 가져와봤다.

 

 

그나마 제주공항은 바람 방향 상으로는 25번 활주로의 방향에 가깝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그래서 역시나 윈드시어에 강풍경보가 아주 화려하게 떠 있고 난리가 난 상황이지만, 제주공항이 마비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일부 고어라운드를 한 항공기들이 좀 있긴 했지만, 지난주인가 지지난주 언젠가처럼 공항 운영이 완전히 중단되진 않았다.

그래도 최대 32노트의 바람이 부는건 좀 후덜덜하다.

 

4. 양양공항

 

겨울철에서 봄철 우리나라 모든 공항 중 바람으로 정말 한숨나오게 만드는 공항이라고 하면

바로 이 양양공항이 탑티어다. 진짜 여긴.. 힘들다. 나도 여기서 비행 좀 해봤지만, 여긴 언제나 고어라운드를 하다 못해

양양공항으로 운항을 포기하고 되돌아갈 걸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이날은... 정말 내가 겪어본 그 모든 양양공항의 강풍 바람 속도 기준, 정말 기네스북 감이 아닌가 싶다.

 

바람의 속도가 맥시멈 52.9 노트.

노트는 1노트당 1.8Km의 속도다. 무려 95.2Km/h의 속도로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는 거다.

야구선수가 던지는 공이 수시로 날아오고 있는 상황.

 

야구를 좀 좋아하시는 분들은 메이저리거 투수가 50마일만 넘어도 우와! 한다는 걸 잘 아실 거다. 노트는 마일보다 더 빠르다.

 

당연히 급변풍에 강풍경보가 나타나 있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이러니까 이날 화재 상황이 걷잡을 수 없었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ㅠㅠ

 

5. 무안공항

 

이제 나머지 공항들로 넘어가 보겠다.

무안부터 김해까지는 제주공항과 가까이 있다곤 해도 그래도 이쪽들은 사정이 좀 나았다.

 

 

무안공항의 풍속은 최대 18노트. 대략 시속 35km 정도의 속도인데. 그래도 활주로 방향에 맞게 불어오고 있다.

강풍경보가 있긴 하지만, 활주로 주변에서 윈드시어만 없다면 이정도는 그래도 뜨고 내리는 건 가능하다.

 

6. 울산공항

 

울산공항은 보통 다른 공항들에 비교하면 그럭저럭 편안한 (?) 공항에 속한다.

18 방향 활주로에 계기 착륙 시설이 없어서 안개가 끼거나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좀 문제지만, 바람 자체는 썩 나쁘진 않다.

 

 

그러나 이날은 무려 최대 30노트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는 상황.

그렇게 흔한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 풍속 차이가 극심한 상태로, 윈드시어 경보와 강풍 경보가 나란히 올라와 있다.

 

7. 김해공항

 

김해공항은 좀 상황이 다를까 싶지만, 이쪽도 아주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공항들에 비하면 좀 상황이 낫다.

 

 

최대 20노트에 달하는 바람이 불고 있지만, 그래도 여긴 기상 특정보가 없는 것이 특징.

측풍성분이 좀 있지만.. 이정도면 뭐 무난하다.

 

8. 청주공항

 

청주공항은 가장 내륙에 있는 공항으로, 웬만해서는 이 공항은 심각한 바람이나 기상 문제를 겪진 않는다.

 

 

역시나 아주 평온하고 온화한(?) 기상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정도 바람이면 뭐 무난하지. 정말 무난한 바람이다.

 

9. 대구공항

 

대구공항 역시 내륙공항인데다, 분지 지형 속에 있어 아주 심한 기상 상황을 겪지는 않는다.

 

 

역시 청주공항 만큼이나 상당히 평온한 상태이다.

 

10. 여수공항

 

이제 다시 남쪽 바다로 내려와봤다.

그러자 다시 바람이 확 증가하는 것이 보인다.

 

 

여수공항은 좀 평소보다는 살짝 험난한 상황이었다.

윈드시어 경보가 있기 때문에, 이착륙시 상당히 긴장하게 만드는 상황. 바람 자체도 20노트 수준에 달하고 있어 아주 편안한 상황은 아니다.

 

11. 광주공항

 

광주공항은 살짝 내륙이라 괜찮겠지 생각하고 기상 정보를 확인해 봤는데,

광주공항도 바람 세기는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이쪽도 대략 20노트 가까이 바람이 부는 상황.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바람 자체가 활주로 방향에 맞게 불어오는 정풍이라서 이착륙에 문제는 없다.

 

12. 포항경주공항

 

다시 동해바다 쪽으로 나왔다.

울산공항과 다르게 포항공항은 조금 상황이 많이 다른 모습이다.

 

 

강풍경보가 떠 있고, 바람의 방향을 보면 윈드시어도 예상이 되는 상태.

포항경주공항은 윈드시어 경보 시설이 없어 윈드시어 경보는 안 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바람 방향 자체만 봐도 쉽지 않을 것이란 걸 가늠하게 해 준다.

 

바람도 무려 맥스 30.5 노트를 넘은 상황.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12. 울진공항

 

마지막으로 울진공항을 가져와봤다.

여긴 일반 승객이 이용하는 공항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잘 모르겠지만, 울진공항은 양양공항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바람 때문에 심각한 공항으로 다음간다고 표현하면 좀 서운해 할 만큼 거의 양양과 쌍두마차 수준에 있는 공항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울진공항에서 이정도의 바람 속도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무려 맥스 30.9노트. 55.2km/h의 속도로 바람이 맹렬하게 불어제끼고 있는 상황이다.

훈련공항으로 사용되는 울진공항에서 이날은 훈련이 당연히 없었을 건 물론이고, 주기되어 있는 비행기들이 바람에 넘어가지 않도록 결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날은, 적지 않은 이들에게 정말 힘든 날이었을 것이다.

아픔을 겪은 이재민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

 

그리고 이날 하루 고생한 대한민국의 모든 조종사들, 고생 많으셨다.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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