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의문의 비행.. 조종사와 관제사 모두 진땀을 흘린 시간

2023. 3. 25. 00:07비행, Flight/비행

반응형

 

조종사이지만 비행을 하지 못하고 있는 나,

가끔 기분이 먹먹해질 때면 하늘에 대한 간절함이 차올라 플라이트레이더 24를 열어보곤 한다.

 

오늘의 주인공 HL7415

 

이 곳에서 다른 회사 동료들의 비행을 관찰하기도 하고, 특이하거나 흥미로운 항적은 없는지 찾아보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탱고비행 중인 나의 회사 항공기의 움직임을 찾아 보기도 한다.

 

그러던 중, 며칠 전 참 흥미로운 항적 하나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제목을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의 의문의 비행이라고 적었다. 조종사는 물론 관제사들도 모두 진땀을 흘렸을 그날의 기록을 함께 따라가 보자.

 

 

위의 사진은 며칠 전 찾아낸 흥미로운 항적이다.

이 항공기편은 아시아나항공 OZ952편으로, 홍콩에서 인천으로 오는 747-400 화물기이다. 등록번호는 HL7415.

 

사진 속에서 OZ952 편은 인천공항 활주로에 거의 다 닿을락 말락 했다가 다시 날아올라 오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순간 '비행기에 무슨 문제가 생겼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실패접근 (missed approach) 를 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반응형

단순히 아시아나항공 OZ952편 항공기에 문제가 생겼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잠시, 가만히 이 비행기를 지켜보고 있다가 떠오른 건

이 비행기가 진행하고 있는 방향이 이미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쪽으로 접근하는 항공기들이 날아오는 방향이었단 것이었다.

 

혹시...? 싶어서 주변에 있는 항공기들의 항적을 확인해 봤다.

 

 

같은 시간 제주항공 7C112편, 제주에서 김포공항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의 항적이다.

원래대로라면 김포공항 접근을 위해서 대충 용인 근처에서부터 성남 방향으로 가고 있었을 텐데,이 비행기는 무려 이천을 지나 광주를 거쳐 하남까지 올라갔다가 하남에서 오른쪽으로 한 바퀴 크게 돌았다.

 

어우 이건 무슨 상황이지? 싶어 다른 항공기들도 확인해 봤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 김포로 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OZ8992편도 평소엔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형태로 비행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비행기 역시 앞선 제주항공 항공기처럼 오른쪽으로 한 바퀴 회전한 것이 보인다.

 

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싶어 이번엔 인천공항으로 가는 항적들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무엇이 문제였는지 드디어 해답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KE9786편을 보자.

이 항공기 역시 생각하지 못한 기동을 한 것이 보인다.

 

기껏 인천공항 앞까지 잘 와놓곤 한 바퀴 회전을 하는데, 묘하게 한 바퀴를 돌아 인천공항의 33또는 34 방향의 활주로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고도 처리를 하기에 거리가 좀 빡빡했나? 하자니 한 바퀴 돌기 전까지의 인천공항 방향 항적이 좀 묘하다.

 

결국 생각해 낸건 Runway change (활주로 변경) 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KE9786편의 이동 역시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원래 활주로는 15 또는 16 방향이었을텐데, 갑자기 활주로가 바뀐 것이다.

 

그럼 이제 이게 어느정도 맞는 가설일지 좀 더 확인해 보기로 했다.

 

 

구마모토에서 인천으로 오고 있는 티웨이항공의 TW276편의 비행 항적이다.

확실히 인천공항으로 접근하는 동안 활주로가 갑작스럽게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항적이었다.

누가 봐도 15 또는 16 방향으로 향해 가다가 갑자기 33 또는 34 방향으로 방향을 튼 것이 보인다.

 

날씨가 안 좋은가? 싶어 인천공항의 AMOS를 확인해 봤더니, 의외로 측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람의 세기도 세지 않다. 잘해봐야 5노트 정도, 어쩌면 윈드캄.

 

비행을 하다보면 활주로가 바뀌는 일은 다반사이다. 나도 접근하던 중에 활주로가 바뀌어 급히 반 바퀴 선회를 해서 다르게 접근했던 적도 있고, 바람의 방향에 따라 활주로가 바뀌는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OZ952편의 상황은 참 묘한 상황이었다. 정확한 현장의 상황을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그냥 원래 접근하던 방향대로 접근해서 착륙을 한 뒤 활주로를 바꿔도 되었을 것 같은데, 1200피트까지 내려갔다가 바로 실패접근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OZ952편은 크게 한 바퀴를 돌아 인천공항에 정상적으로 착륙했다.

 

사실 이럴 때 조종사들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냥 세스나 같은 비행기로 시계접근을 한다면 대충 방향 바꿔서 접근을 하면 되지만, 라인에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활주로 방향이 바뀌는 동안 FMS에 활주로 방향과 접근 방향도 바꿔야 하고, 퍼포먼스도 다시 계산해야 한다. 늘상 하는 일이라곤 해도 갑작스럽게 이렇게 되면 머리는 아픈 것.

 

그래서 미리 관제에서 Expect runway change를 주면 좀 편한데, 아마 이날은 좀 뭔가 바쁘게 돌아갔나보다.

 

이 상황에서 진땀을 흘린 건 관제사들도 마찬가지다. 인천과 김포의 공역이 워낙 겹쳐 있다 보니, OZ952편을 일단 돌려 놓기 위해서는 이쪽의 공역을 좀 비워줘야 하는데, 마침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는 항적들과 인천으로 향하는 항적들이 몰려 있다 보니, 이 항공편들을 전부 옆으로 치우느라 진땀을 좀 흘렸을 거다.

 

 

OZ952를 따라 뒤이어 접근하고 있는 항공기들 중 대한항공 KE832편의 항적.

역시 이 항공기도 16/15 방향 활주로로 접근하다가 방향을 바꿔 33/34 방향으로 가고 있는게 보인다.

 

아무리 활주로 변경이 일상적이라지만 조종사나 관제사나 가급적 마주치고 않은 상황.

이날 OZ952의 기장님들은 물론이고, 주변의 모든 기장님들 그리고 관제사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전하고 싶다.

 

하늘 위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하늘 위의 즐거운 이야기를 전해 드렸기를 바라며,

 

 

pang.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