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6. 13:57ㆍ비행, Flight/비행
요 며칠, 드디어 '봄' 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제주공항의 윈드시어 (windshear, 급변풍) 와 강풍 때문이다.
제주공항의 윈드시어나 강풍, 그리고 강풍이 문제가 아닌 측풍 문제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유난히 심해지는 때가 있다. 그건 바로 지금쯤 언젠가의 '봄' 이다.
그래서 봄이 되었을 때 한참 비행을 하던 선배들도 '아 오늘 진땀 좀 흘렸어' 라고 이야기하는 곳이 제주공항이다.
그저께 오후부터 어제 오전까지, 제주공항은 또 다시 한번 윈드시어와 강풍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렸는데,
급기야는 어제 오전 완전히 사라져버린 김포-제주 사이의 항적을 바라보며 '첫 비행' 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첫 비행은 조종사로서의 첫 비행 이야기가 아니라, 매일매일 가장 처음 뜨는 첫 출발편을 의미하는데,
'첫비' 라고도 부른다. 라인 항공사에서야 24시간 항공사가 돌아가니까 이런 개념은 거의 없다시피하지만,
지금처럼 공항이 기상 문제 등으로 인해 잠시 운영 중단이 되었다가 다시 운항을 재개할 때가 되면 누군가는 이 공항에서 처음 이륙해야 하고, 누군가는 이 공항에 처음 착륙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모르는 사람들이야 '그냥 뜨고 그냥 내리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항이 강풍이나 윈드시어가 포함된 기상 문제로 닫혔다가 열릴 때에는 그 누구도 이륙 경로와 접근 경로상의 기상 상태를 모른다는게 문제다.
공항에는 공항과 공항 주변의 기상 상태를 알려주는 기상대가 있고, 나름대로 열심히 공항의 정보를 알려주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다.
비행훈련생 시절 때에는 이 '첫비' 의 무게감이 정말 상당했다.
당연히 교관들이 함께 비행을 나가기 때문에 그날 그날의 첫 비행이 문제가 될 일은 없지만, 공항 주변의 공역 기상 상태가 어떤지를 모르니 일단 떠 보는 거다. 그리고 학생과 교관이 그날의 기상 상태를 다른 훈련생과 교관들, 그리고 타워에 전파한다. 그걸 파이렙 (PIREP) 이라고 한다.
그래서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보통 첫비는 어느정도 훈련생 중에서도 짬이 좀 찬 훈련생 위주로 편성하는 경우가 있다.
교관 입장에서도 짬이 좀 차고, 어느정도 비행을 하는 훈련생과 같이 나가야 혹시 모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시킬 수 있기 때문인 것.
어제 낮시간 즈음, 제주공항에서 가장 먼저 이륙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편을 보며
잠시 매일같이 첫 비행을 나가던 추억을 떠올려봤다. 규정상으로는 충분히 괜찮지만 뭔가 애매한 것 같은 공항 주변 기상을 바라보며
교관과 함께 '가봅시다!' 라며 세스나에 올라 앉던 그 때를 말이다.
어떤지 확인은 해야겠고... 파이렙도 주긴 해야겠고.. 에라... 가보지 뭐! 이런 느낌으로 활주로에서 cleard to take off를 기다리던 그 때.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란게 생길 거란 예상 자체도 못 하던 그 때가 좀 더 가볍고 즐거웠던 때가 아니었나 하며 생각해 봤다.
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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